평화를 위한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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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은 원효스님께서 천명의 제자와 화엄경을 논하시던 곳이다. 화엄의 중심 사상은 ‘화쟁사상’(和諍思想)사상이다. 화(和)와 쟁(諍)은 둘이 아니되, 쟁(諍)은 화(和)로 나아가는 과정이나 절차로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그러나 작금의 우리 사회는 화(和)는 사라지고 쟁(諍)만이 존재한다. 작게는 마을공동체, 지역, 지방을 넘어 온 나라, 인접국까지 쟁(諍)의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무릇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화합을 지향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갈등이라 함은 생각과 의견의 다양함을 말하는 것이며, 조정과 화합이란 상호 긍정을 전제하는 것이다.
탈속의 수행자로서 오늘 우리가 이렇게 나서는 것은 종교적 신념이나 지역적 이기심 때문이 결코 아니다. 탈속의 수행자라 하여 세상을 등진 것은 결코 아니다. 때로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탁을 든 손에 검을 들기도 했고 때로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수행처를 벗어나 독립운동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환경파괴에 저항하여 분신으로 저항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행위들 속에는 중생의 아픔을 함께하고 덜어 주고자하는 자비함이 있었고 이 땅에 평화의 씨앗을 심고자하는 염원이 있었다.
무기고 속의 무기는 점점 쌓여가는데 왜 우리의 평화는 나날이 위협받고 있는가? 총 대신 꽃을 드는 일은, 무기 대신 화해의 악수를 청하는 일은 우리에게 불가능한 꿈일까?

제15교구 통도사 본말사 대중일동은 이 땅의 평화를 위협하는 모든 힘들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경건한 마음으로 천성산의 정상에 서서 평화가 오기를 염원하는 기도를 드린다.
2016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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