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꽃이 어지러히 떨어질 때,
chorok
2017-11-2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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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속초 박그림 선생님댁에서 1박을 했다. 설악을 보고 싶었지만 산에 오르기 어려운 내게 선생님은 설악이시다. 칠순의 고령에 어깨의 인대가 끊어져도 설악산을 위해 다시 엄동의 거리에서 시작하시겠다고 하시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그동안 속앓이 하던 천성산 문제의 맘을 정리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사실 나는 이순의 나이가 되면 다시 거리에 서지 않겠다고, 주문처럼 그려왔던 노년의 삶이 있었다. 4대강 기록관 건립은 내심 그런 의미를 가지고 시작했다. 기록하고 기록을 전하는 일이 내 마지막 소임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일을 하면서도 일을 피하고 싶어했다.
지난 1년 동안 천성산 일을 하면서도 천성산 문제를 정리하는 기회라는 생각과 내가 겪어 온 거친 길을 다른 사람은 피해가기를 바라며 애를 태웠고, 낙동정맥의 끝자락에 놓인 천성산이이 땅에서 일어나는 개발의 상징이기에 놓지를 못했다.
지난 날, 천성산 문제로 거리에 나설 때, 세상에 무관심했던 벌이라며 받아들였는데, 지금 닥쳐있는 일들은 일을 피하고 싶어하는 벌인가보다. 다시 거친 물길을 따라 흘러야 하는 길에서 생각은 만갈래로 흔들리지만 옛사람들도 '전할 사람이 있으면 전하고 없으면 가져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
허공꽃이 어지러이 떨어질 때, '한조각 땅을 얻었다'고 하시고 만공스님께 인가를 받으신 상노스님의 말씀을 가슴에 담으며 허공에서 떨어진 한조각 땅을 가꾸기 위해 다시 호미를 들고 밭가는 일을 시작하려 한다. 한조각 땅에 기대어 일어날 이 땅의 미래를 위하여